8월 1일 화요일 성 알폰소 마리아 데 라구오리 주교 학자 기념일
복음서에는 배가 자주 등장합니다. 때때로 이 배는 구원의 배, 곧 교회를 상
징합니다. 오늘 복음은 배 위에 계신 예수님께서 전하시는 하느님 나라에 관
한 일곱 가지 비유 가운데 하나입니다(13.3 이하 참조). 마태오 복음사가는 배
가 떠 있는 갈릴래아 호수를 “바다”(13.1 원문 직역)라고 불렀습니다. 이것은
다분히 마태오 복음 사가가 구상하고 의도한 설정입니다. 복음사가는 먼 옛
날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에서 홍해를 건너간 것처럼, 새 이스라엘인 교회
(우리)도 예수님께서 계시는 구원의 배 위에 올라 세상이라는 바다를 건너
구원의 항해를 하여야 한다고 믿었습니다.
오늘 복음에는 밀과 가라지에 관한 비유가 나옵니다. 우리는 살면서 인
생의 적들이라 여겨지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합니다. 호의를 교묘히 이용
하여 선을 악으로 되돌려 주는 이들 말입니다. 오늘 복음의 표현에 따르면
“가라지”들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. 그런데 이러한 가라지들이 사실
‘내’가 아닌 ‘저들’ 또는 ‘자기’에만 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. 가라지는 언
제인가부터 우리 안에서 계속 생겨나고 자라납니다. “사람들이 자는 동안
에”(13.25), 우리가 넋을 놓고 아무 생각 없이 사는 동안에 그러한 일이 벌어
집니다. 우리가 주님의 말씀을 잊고 그분의 뜻을 생각하지 않은 채 우리의
욕망을 쫓아 사는 동안, 가라지는 세상을 물들이고 우리 인생을 갉아먹고
망가뜨립니다. 우리는 세상과 우리 안에 선악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겸허히
받아들여야 합니다.
그리고 주님의 일꾼인 우리는 하여야 할 일이 있습니다. 그것은 주님의
밀밭에서 열심히 일하며 세상과 우리 안에서 좋은 밀이 자라나도록 끊임없
이 선을 지향하는 삶을 도모하는 일입니다. 구원의 배에 의지하고 하느님의
선하신 뜻을 신뢰하며 세상과 우리 안에서 가라지가 자라지 못하도록 맞
서 싸워야 합니다. 예수님의 말씀과 성령의 도우심을 믿으며 가라지와 싸워
승리하는 하루가 되도록 함께 힘을 냅니다. ⊕
- 매일 미사 오늘의 묵상 필사 -